베트남 냐짱에서 현지인처럼 살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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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도 온천이 존재한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뻘쭘해서 은근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해변 도시 여행이나 고기를 굽는 메뉴 선정, 당구장 가기, 온천욕 즐기기가 대표적이었다. 수영복 입고 중년의 남자가 혼자 물놀이를 하는 게 상상되는가? 당구를 혼자 치는 사람은 전 세계에 없다. 온천욕은 또 어떤가?

다행히 한 번은 동행이 있었다. 전에 해보지 못한 것들을 다 해보기로 맘을 먹었다. 딱히 뭘 같이 하자고 제안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현지인처럼 하루 살아보자는 제안에 동행자도 흔쾌히 좋다고 했다.

브런치를 먹고 탑바 온천을 향했다. 냐짱에는 꽤 유명한 머드 온천이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사장이 몇 번이고 탑바, 탑바, 핫스프링, 핫스프링이라며 몇 번을 추천했던 곳.  시내에서 멀지 않아 택시를 타니 금방이었다.

여행자들만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은 기우였다. 피부 미용에 민감한 베트남 여성들이 머드팩을 하고 머드탕에 들어가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잘생긴(?) 이방인 두 명이 어슬렁거리자, 중년의 여성들은 손까지 흔들면서 반가움을 표시했다. 

난 언제쯤 타인에 대해 저렇게 티끌 하나 없이 손을 흔들며 웃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갔다. 숲속 안에 꾸며진 온천은 아담한 정원부터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시스템이나 시설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베트남-온천

베트남 볶음밥은 실패 확률 0%

생각보다 강렬한 유황의 냄새는 없었지만, 머드와 뜨거운 물이 충분히 머드 온천임을 증명했다. 머드가 묻은 몸을 씻기 설치된 샤워 장치를 통과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작은 수영장에서 몸의 열기를 식히고 점심을 먹었다.

한국 경우 이런 시설 내부의 식당은 비싼 게 일반적일 것이다. 하지만 인도차이나에서는 특정 시설에 있는 식당이 비싸다는 선입견을 갖지 않아도 된다. 피부에 확 느낄 만큼의 큰 차이는 아니었다. 

맛있는 볶음밥도 먹었겠다, 썬베드에 누워 낮잠을 취했다. 나른한 몸에 바람이 불어오자 깜빡 깊은 잠이 들었다. 베트남 냉커피로 잠을 깨우고 당구장으로 향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PC방과 당구장에 끌리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특히 베트남은 인도차이나에서 당구장 상태가 제일 좋다. 여타의 나라는 유럽식 규칙을 따르는 스누커 테이블이 대부분이었지만, 베트남은 한국식 3구 4구의 테이블이었다.

베트남 당구장은 나름 재미있는 문화가 하나 있다. 테이블마다 카운트를 올려주는 여직원(?)이 있다는 점이다. 처음엔 당구장에서 고용한 여직원인 줄 알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직원이 아니었다. 이 여성은 자신이 차지한 테이블에서 기본 서비스를 해주고 팁을 받아 수입을 올리는 나름 자영업자였다. 

베트남-당구장

베트남은 지금 한국식 당구가 인기다

주인으로서는 직원을 고용하지 않아서 좋고, 여성으로서는 일자리가 생겨서 좋은 것이었다. 손님으로서는 한 명의 관중이라도 있으니 치는 맛도 있었다. 베트남 당구장에서는 자장면은 없지만, 대신 쌀국수나 볶음밥, 스프링롤 같은 것도 바로 시켜 먹을 수 있었다.

택시 기사에서 ‘락깐’이라고 한마디만 하면 여행자는 냐짱에서 제일(?) 맛있는 식당으로 순간 이동이 가능했다. 최근에야 한국 여행자가 늘어 비슷한 식당들이 여럿 생겼지만, 원조는 역시 원조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베트남 음식 중에 팃 느엉(Thit nuong)이란 게 있다. 우리네 숯불 석쇠구이라고 보면 딱 맞다. ‘락깐’은 현지인들에게 먼저 사랑받은 숯불구이 고깃집이다. 더운 나라에서 무슨 숯불구이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속단은 금물. 한국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싼 가격에 소고기, 돼지고기, 해물을 맘껏 먹을 수 있다.

특히 양념이 돼서 나오는 데 우리네 입맛에 잘 어울린다. 냐짱에 가면 꼭 빼놓지 않고 들리게 되는 곳이 락깐이란 식당이다. 저녁에는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이 섞여 인산인해를 이룬다. 에어컨과 큰 선풍기가 연신 돌아가지만 실내의 더운 기운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락깐의 양념구이 맛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행자는 볶음밥을 시키지만, 현지인들은 바게트를 구워 먹는다. 처음엔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는데, 먹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여행지에서 현지 음식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어색해도 현지인들이 먹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게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