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ive but not for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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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ive but not forget

베트남 배낭 여행자 10명은 작은 버스에 몸을 맡겼다. 아직 잠이 덜 깬 것은 나 뿐만 아닌 듯, 앉자마자 잠을 청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이드로 보이는 선생도 간단한 인사만 하고 앞자리를 지켰다.

DMZ(Demilitarized Zone)를 향하는 몇 시간의 버스 안. 역사의 유물이 아닌 아직도 생생히 DMZ가 존재하는 민족의 후손에겐 이날의 일정은 특별했다.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그어지고 지금도 그대도 유지되고 있는 현실. 필요악이라고는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힘든 경계임은 분명할 것이다.

우리에게 38선이 있다면 베트남에는 17선이란 DMZ 공간이 있었다. 지금의 통일 베트남엔 그저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전쟁 유적지에 불과하지만, 베트남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역사의 현장인 것은 분명했다. 북쪽의 호치민 군대와 남쪽의 미군 괴뢰 정부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붙은 살육의 현장.

베트남전쟁-동하


베트남 전쟁의 흔적을 찾아

위치적인 지명은 동하라고 해야 정확하다. 하지만 여행자를 위한 편의 시설이나 위치가 동떨어져 있어, 베트남 중부에 있는 후에를 기점으로 여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하를 놓고 벌인 전투는 여타의 다른 전투와 같은 지정학적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도 동하에는 라오스로 가는 보더가 위치해 있다. 하노이에서 군수 물자를 수송해 온 호치민군은 메콩강 유역에서 게릴라 활동을 하는 베트콩에게 꼭 전달해야 했다. 그러나 남쪽은 괴뢰 정부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 호치민은 베트남과 맞닿아 있는 라오스를 군수 물자의 통로로 사용했다. 일명 호치민 루트라고 일컬어지는 이 루트가 차단되면 전쟁의 양상은 불 보듯 빤한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었다.

동하에서 라오스로 이어지는 호치민 루트는 끝까지 지켜졌고 덕분에 베트남은 통일 국가로 20세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늦은 시작으로 조금 뒤처져 있지만, 베트남인 특유의 인내와 끈기로 얼마 지나지 않아 통일 국가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보여주게 될 것이다. 물론 통일을 반대하고 있는 일부 꼴통들이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것이다. 장담한다.

투어를 하는 중간 한 무리의 한국 중년 여행자들이 스쳐 지나갔다. 숙연히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던 서양 여행자들의 미간이 금세 찌그러졌다. 마치 승리자처럼 떠벌리는 큰 소리가 사방에서 정신없이 흩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이곳에서 전투를 치렀던 파병 용사의 나이쯤 보였다.

베트남여행-배낭여행


여행의 시작은 존중이다

순간 화끈거리는 얼굴은 감출 수가 없었나 보다. 설명을 끝내고 다들 사진을 찍고 있는 사이 가이드 선생(가이드로 나온 선생은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역사학자였다)이 조용히 내 곁으로 왔다. 그는 그들이 분명 한국군으로 참가했던 군인들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파병 용사들도 이곳에서는 마치 승리자처럼 행동들은 한다고 말했다.

자존심 강한 베트남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형제를 향해 총을 겨눴던 이들을 보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닐 터. 하지만 그는 덤덤했다. 당황하고 미안해하고 있는 나의 마음을 느끼기라도 한 듯, 그는 이내 “당신이 미안할 것은 없다, 당신들 나라가 어쩔 수 없이 참전했다는 것도 안다, 우리는 용서했다, 하지만 잊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