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 - 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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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적인 시간 속의 사파

하노이를 출발했던 밤기차는 안개 자욱한 새벽 5시에 멈춰 섰다. 도착한 기차에서 여행자들이 쏟아졌다. 여행자들은 낯섦과 졸음, 어둠, 습한 안개, 추위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어떤 미니버스를 타야 할지, 어떤 버스가 사파로 가는지조차 알 수 없는 혼돈의 시간.

당시만 해도 이 낯선 상황을 추억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낯섦을 찾아 떠나는 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랄까?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 맞닿았을 때의 신선한 자극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낯선 곳으로 떠나야 된다고 자기 최면을 걸게 한다.

12명이 꽉 차야 출발하는 미니버스는 짙은 안개를 뚫고 사파로 향했다. 잠에서 덜 깼던 여행자들은 베트남 운전사만 믿고 깊은 단잠에 빠졌다. 중간 중간 심한 흔들림에 살짝 눈을 뜨기도 했지만 안개 자욱한 새벽은 모두를 잠의 나락으로 빠뜨렸다.

짙은 운무와 추위(태국에서 바로 넘어와서 옷은 엷은 긴팔이 전부여서 더더욱)로 사파와의 만남은 시작됐다. 추위로 안 좋게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사파는 베트남 여행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여행지인 것은 분명했다.

베트남여행-사파

소수 민족이 공존하는 사파

특별히 유별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베트남 안에서도 나름 다른 문화와 환경, 정서가 여행자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했다. 몽족, 자이족, 자오족, 화몽족 등 고산 지역의 소수 민족들이 사파 일대를 중심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에야 각 산에서 내려온 고산족들이 물건을 사고팔아 자연스럽게 주말 시장이 형성이 되었다. 하지만 요즘엔 여행자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시장엔 시멘트로 지어진 상가들이 세워져 매일 시장이 이뤄지고 있었다.

아침밥은 먹고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이른 아침 시간, 사파 시장은 형형색색의 옷과 모자를 한 고산족들로 시장다운 활기를 띠고 있었다. 모자나 옷의 색깔로 고산족이 구별되어 진다고 한다. 하지만 도통 그게 그것 같아서 식별은 불가한 상태.

저마다 등에 커다란 광주리를 메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일종의 등에 메는 카트인 셈이었다. 물건을 사는 족족 사람들은 보지도 않고 뒤의 광주리 집어넣기 바빴다.

점심때가 다 돼서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짐을 풀고 배고픈 한 마리 하이에나는 사파를 어슬렁 거렸다. 마을도 익힐 겸 느낌 오는 식당이 있으면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호수가 근처를 지나는데 어디선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본능적인 느낌!!!

역시!!! 새끼 돼지가 바베큐화 되고 있었다. 이거다! 싶었지만, 종업원은 저녁이나 돼야 먹을 수 있다는 눈빛을 보냈다. 젠장!!!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득템할 수 있는데, 저녁이 문제가 아니었다. 저녁 시간만 기다리다 달려갔다.

베트남배낭여행-사파

사파의 하이라이트는 밤의 운무

가격은 생각보다 안 착했다. 하지만 새끼 돼지 바비큐가 선사할 환상적(?)이 맛을 기대하며 자리를 차지했다. 쌈을 싸먹을 수 있는 야채가 나오고, 젓갈 같은 양념이 상에 차려졌다. “역시 고기는 쌈을 싸서 먹어야지.” 가격에 비해 생각보다 작은 접시에 담겨 등장한 새끼 돼지 바비큐, 정확히는 수육이라고 해야 맞을 듯.

고소할 것이란 바비큐 맛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안 익은 보쌈 정도 식감이 느껴지는 순간, 밀려오는 후회란 …. 돼지고기를 이 정도로만 익혀 먹어도 탈이 안 날까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비릿했다. 어떤 음식 앞에서도 후퇴하지 않았던 나의 여행에, 최대의 오점이 남는 순간이었다. 알 수 없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 종업원을 뒤로 해야만 했다.

비워진 지갑과 비릿한 돼지고기 냄새가 가득한 입안, 배고픔, 후회, 또다시 찾아 온 추위. 참 불쌍한 여행자가 아닐 수 없었다.

밤이 조금씩 깊어지자 호수에서 운무가 피어올랐다. 운무는 삽시간에 사파를 휘감았다. 낮에는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분위기였다. 운무 때문이었을까? 마을은 더 없이 깊어지고 있었고, 불이 켜진 카페나 식당에서조차 시끄러운 소리보다는 감미로운 말들이 오갔다.

높이 세워진 가로등 밑으로 사람들이 그림자처럼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