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여행자의 가난한 영혼-베트남 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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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배낭 여행의 핵심 - 무이네

무이네 역시 베트남의 다른 여행지처럼 몇 가지 일일 투어 상품을 팔고 있었다. 여럿이 다니는 게 불편했기에, 숙소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세옴을 선택했다.

처음 선택한 곳은 ‘피싱 빌리지.’ 말 그래도 어촌 마을이었다. 해변가에 어촌 마을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걸 여행 상품으로 내놓았으니 자못 궁금했다. 피싱빌리지를 향하는 시간은 마침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 삼삼오오 집으로 향하고 있는 시간이었다.

여자 아이들은 저마다 햇빛을 가리기 위해 모자를 썼다. 남자 녀석들은 크로스백이나 알록달록한 책가방으로 한껏 멋을 냈다. 베트남 여행을 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인도차이나 지역에서 베트남 사람들이 제일 패션 감각에 앞서 있는 것을 느낀다. 햇볕을 과도하게 싫어하는 것이나 옷 입는 것, 머리 스타일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를 살아가는 이들은 유난히 하얀 피부를 선호한다. 그중에서도 북쪽에서 넘어온 비엣 족의 후손 베트남 사람들은 유별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는 크메르 민족을 무시하는 경향까지 생겼다. 

베트남여행-무이네

무이네 필수 여행 코스 - 피싱빌리지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은 서로 욕할 때 ‘캄푸치(캄보디아인들을 속되게 부르는 말)’라는 말을 쓸 정도라고 하니, 하얀 피부를 어느 정도 선호하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다. 피싱빌리지를 도착하기 전에는 단순히 우리네 서해 포구 정도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그곳에 도착하자, 내 생각 자체가 졸렬했다고 감히 말할 정도였다.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해 만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수 천 척의 배가 바다 위에 닻을 내리고 있었다. 어촌의 그 특유의 비린내조차 수 천 척의 배 앞에 서니 신선함으로까지 느껴졌다.

이 배들은 밤이 되면 먼 바다로 나가 아침이 돼서야 돌아온다고 같이 온 세옴 기사가 설명을 해줬다. 그 설명을 듣고 보니 실제로 무이네의 밤바다를 보고 있으면 수평선 근처에 수많은 배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배의 규모가 작아 동해에 떠있는 촉 밝은 오징어 배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말 그대로 흔적이었다. 깜빡거리는 먼 불빛, 그것도 신경을 집중해야만 찾을 수 있는 빛의 흔적들을 이 작은 배들이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다.

베트남무이네-배낭여행

무이네 상징이 된 대나무 배

그렇게 작은 불빛을 안고 먼 바다까지 나가 위태로운 항해를 끝낸 배들은 동이 떠오르면, 만선의 기쁨을 안고 비린내 물씬 풍기는 이곳 피싱빌리지에서 안식을 찾게 되는 것이다.

선착장을 찾아 볼 수 없는 피싱빌리지에서 뭍으로 올라오는 방법은 바나나 잎으로 만든 바구니 배가 유일한 수단이었다. 바구니 배조차 위태롭기는 매한가지였다. 베트남에서만 볼 수 있는 바구니 배는 3-4명이 들어갈 수 있는 그야말로 큰 바구니였다. 파도가 치면 치는 대로, 흔들리고 흔들리면서 뭍으로 어부들을 실어내리고 있었다.

바구니 배보다는 큰 배에 탈 수 없는 어부의 아이들은 바구니 배의 선장이었다. 노를 하나 바구니에 걸쳐 놓고 파도에 흔들리면서 베트남의 그 질긴 삶을 시작하는 아이들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에게 한 녀석이 손을 흔들었다. 와서 타라고 손을 흔든다.

내가 그 배를 탈 이유가 어디 있겠냐마는 얼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녀석, 자기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돈을 보여주면서 자기는 돈이 많다는 시늉을 내보였다. 녀석은 낯선 여행자가 자신의 바구니 배를 신기하게 구경하고 있으니까, 인도차이나의 인심을 내보였던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얼마냐고 물어봤으니, 얼마나 인간미 없는 여행자인가. 미안한 마음에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고 쏜살같이 피싱빌리지를 빠져나왔다. 세움 뒤에 앉아 있으면서도 얼마나 낯이 뜨거웠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