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속에서 또 다른 도시 달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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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속에서 또 다른 도시 달랏

베트남 연인들은 신혼여행을 어디로 갈까? 신혼 부부들은 경제적인 여유가 풍족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국내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그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신혼여행지라면

당연 ‘랏 부족의 강’이란 뜻을 가진 달랏(Da Lat)이다.

냐짱이나 무이네 등 바닷가가 있는 휴양지로 신혼여행을 가기도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에게 달랏은 한번쯤 가고 싶은 장소다. 굳이 따지자면 터키 사람들이 생각하는 ‘반’ 정도.

달랏은 해발 1,475m의 위치해 서늘한 날씨를 간직한 아담하고 조용한 고산 도시다. 수영할 곳도 편의시설이도 그렇게 뛰어난 도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사람들에게 신혼 여행지로, 꼭 한 번 여행하고 싶은 도시가 달랏이다.

이유는 날씨에 있다. 베트남 역시 인도차이나 특유의 습하고 더운 나라이기에 달랏의 습기 적은 신선한 날씨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고산지대가 주는 시원한 바람은 그들에게 어느 여행지보다 생경한 경험을 만들어 준다.

우리나라의 초가을 날씨가 연중 이어지는 달랏은 습한 인도차이나 바람만을 맞았던 여행자에게도 기분 좋은 바람을 선사했다. 달랏을 향하는 여행자 버스를 탈 때부터 다른 분위기였다. 의례히 여행자 버스에는 대부분 외지 여행자들로 넘쳐나기 마련인데, 달랏행 버스만은 베트남 사람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베트남-달랏

베트남 사람들에게 더 사랑 받는 달랏

젊은 베트남 친구들도 삼삼오오 눈에 띄었다. 비싼 옷을 입거나 명품 가방을 멘 특권층 자식들이 갖지 못한 맑고 소박한 웃음을 띤 청년들이었다. 엠티라도 가는 듯, 녀석들의 웃음소리는 달랏의 바람처럼 더없이 경쾌했다.

잠을 잤다면 볼 수 없었던 고산지대의 초록의 세상. 버스 안에서 베트남 젊은이들의 들뜬 표정과 몸짓, 웃음소리가 버스 안 가득 펼쳐진 세상.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주어진 특별한 선물이 감사할 뿐이었다. 그 후 몇 번 달랏을 갔을 때도 이 상황은 특별히 변하지 않았다.

산을 어느 정도 올랐을까 누구 하나가 에어컨이 켜진 버스의 유리창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에어컨의 퀴퀴한 냄새 대신 초록이 선물한 바람이 작게 열린 창틈 사이로 몰려 들어왔다. 그러자 여기저기 창문이 열리면서 본격적으로 달랏의 기운이 들어오고 있었다. 에어컨을 무용지물로 만든 행동에 운전사가 불쾌감을 표시할 법도 한데, 뒷거울로 흘깃 보더니 작은 웃음을 지으며 운전을 계속했다.

달랏 시내가 다가오면서 본 모습은 수경벼 문화의 인도차이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질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이곳저곳에서 화초에 물을 뿌리는 손길은 분명 논을 매는 농부의 몸짓과는 구별됐다. 조금은 여유로운, 조금은 덜 고단한 모습으로 세상과 어우러져 있었다.

여행자 버스가 자신들과 계약이 된 숙소에 도착했다. 서양 여행자들은 저마다 지도를 꺼내 배낭을 메고 거리로 나섰지만 난 그런 수고를 포기했다. 아니 포기라기보다는 지혜가 생겼다고 봐야 맞다. 사람의 심리가, 특히 장기 여행자의 심리는 타인에 의해 자신의 선택이 침범을 당하면 여간 불쾌한 것이 아니다. 터미널도 아닌 곳에 버스 회사와 이미 계약된, 숙소에 버스가 섰다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쁜 상황일 수도 있다. 눈에 보이는 상술이다.

베트남여행-달랏

베트남 여행자 버스는 세계 최고 수준

그러나 여기에 베트남 여행을 하는 이들을 위한 팁이 한 가지 숨어 있다. 보이는 상술에 기분이 언짢아, 숙소를 확인도 안 하고 나간 사람들이라면 알지 못 하는. 물론 나도 처음엔 그 상술에 기분 나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배낭을 메고 나왔던 사람이다.

하지만 한 달 가량 시간이 흘러 베트남이 몸이 익숙할 즈음 그들의 여행 시스템이 눈에 들어왔다. 경험으로 미뤄볼 때 가격 대비 시설 면에서 그 지역의 최고가 아닐 수 있지만(최고 일 때도 있다), 적어도 착한 가격에 평균 이상의 시설은 보장된다. 그 이유인즉 베트남은 여행자 버스(오픈 버스)가 현지 사람들에게도 많이 이용된다. 때문에 버스의 서비스뿐만 아니라 버스 회사와 연결된 숙소나 식당 등의 수준도 버스 회사의 수준과 같이 평가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버스 회사라고 평가 받기 위해 숙소 역시 괜찮은 곳과 협력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버스가 데려간 숙소의 장점은 가격 대비 시설이 뛰어나다는 점 이외에 가장 매력적인 것은, 그 지역을 떠날 때 바로 자신의 숙소 앞마당에서 그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는 점이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시 이곳으로 올 필요도 없다. 혹 아침 일찍 떠나는 버스였는데, 늦잠을 잤다면 직원들이 급하게 깨워주기도 하는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없는 게 좋지만.

역시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달랏 시장과 쑤언 흐엉도 걸어서 갈만한 거리에 있었다. 더욱 좋았던 것은 한글이 지원되는 컴퓨터가 두 대나 로비에 설치되어 있다는 것. 나중에 알았지만 한국 여행자는 인터넷이 지원되지 않는 호텔은 거의 묵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던 사장의 조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