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라오까이의 잔상 - 박하, 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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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라오까이는 국경 도시

하노이를 다시 들어가기 위해서는 라오까이 기차역을 거쳐야 했다. 물론 라오까이를 통해 중국의 윈난성을 가도 좋다. 리장이나 샹그릴라 등은 중국 속의 또 다른 중국을 느낄 수 있다. 사파에서 박하 투어를 신청하면 사파로 되돌아오는 길에 기차역에서 떨어뜨려줬다. 

단순히 기차를 타기 위해 도착한 국경 도시 라오까이에는 땅거미가 내려질 즈음 도착했다.국경 도시답게 활발한 풍경은 또 다른 라오의 모습을 보여줬다. 물건을 나르는 사람,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 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얽혀 기차역 일대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아쉽게도 베트남 여행자가 라오까이에 숙소를 정하고 여행할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짧은 시간이 미안했는지, 아니면 국경 도시의 넉넉했던 저녁 시간이 멋스러웠는지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베트남-박하

여행자가 스쳐 지나는 도시 라오까이

우리가 베트남을 여행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해서 간혹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을 잊을 때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베트남은 감시 체제 하의 사회이고 여행자가 들어갈 수 없이 통제된 지역도 있다. 그렇다고 너무 겁은 먹지 마시길. 여행하는 데는 전혀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없으니 말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데는 베트남과 중국 간 정치적 이면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베트남은 ‘도이모이’ 정책을 펴고 있지만, 여전히 전시 체제였다. 정확히 말하면 중국과의 관계다. 지금의 베트남 지도를 완성한 남하 정책은 중국 한족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근대사에 넘어와서도 베트남과 중국은 국지전 양상의 전쟁을 치렀다. 그 대표적인 전쟁이 1978년 베트남-중국 전쟁이다. 제3차 인도차이나 전쟁이라고 불리는 베트남과 중국의 전쟁.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베트남은 크메르 루주가 캄보디아에서 학살을 벌이고 있던 캄보디아를 점령해 버린다. 캄보디아 내 베트남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도 있었지만, 극단적으로 민족주의자였던 크메르 루주는 베트남으로서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이에 중국이 베트남 응징을 구실로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21세기 미국을 이긴 유일한 국가가 베트남이 아닌가. 최신예 소련군 장비와 전쟁 중 노획한 미군의 전쟁 물품은 베트남군에게 사용되었다. 실전 경험이 없던 중공군은 게임도 되지 않았다. 

베트남-라오까이

베트남-중국 전쟁은 사실상 베트남 승리

중국과의 전쟁이 확전되기를 원하지 않았던 베트남군은 방어 자세를 취하면서 시간을 끌었고, 중공군은 아무 소득 없이 물러나야 했다. 2만 명의 사살자만을 남긴 채.

베트남-중국 전쟁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라오까이의 저녁. 기차를 기다리기엔 이른 시간,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걸었다. 저녁을 준비하는 집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람들의 걸음은 그 어느 때부터 차분했다. 그냥 스쳐 지나온 도시였지만, 국경 도시의 저녁은 기억 파편의 일부분으로 남았다.

추운 계절이라 그래서였는지, 사람이 사는 일상의 온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여행을 떠나왔지만, 때론 온기 넘쳐나는 일상과 마주했을 때는 그 일상이 그리울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