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후에서의 하루 2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를 함께 여행해요! 숨겨진 여행지가 당신을 기다립니다. Let's travel to asian countries and south korea. The hidden destination awaits you.

동바 재래 시장 여행

베트남 후에 하루 보내기. 세계 어느 도시든 오래된 성이나 왕궁이 있다면 근처에는 오래된 재래시장이 있다. 성에 사는 사람들이 먹고 살아야 했기에 시장이 발달했다. 왕궁 근처엔 지금도 후에서 가장 큰 동바 재래시장이다. 인도차이나 여느 재래시장과 같은 동바 시장은 여행자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꼭 뭔가 사고 싶은 것이 가득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재래시장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는 없다. 몇 년 전부터는 야시장이 본격적으로 펼쳐져 여행자들이 야시장 불빛을 향해 다리는 건넜다. 사진 한 장으로 후에 인근 사람에게 동바 시장의 지위를 설명하고 싶다.

인도차이나를 여행하다 보면(물론 다른 여행지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대우를 받게 된다. 로컬 식당에 가면 좀 더 친절한 대접을 받는다거나, 조용한 카페에 가면 호기심의 눈빛이 자신을 특별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베트남-후에

베트남 중상층의 증가

베트남 후에 동바 시장을 대충 보고 각자 오토바이를 타고 대형 상점으로 이동했다. 시원한 에어컨도 생각났고, 떨어진 생필품을 구매할 목적도 있었다. 당시 생긴 지 얼마 안 된 대형 상점은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시골 촌놈이라도 된 듯 이것저것 침 흘리면서 구경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빵 굽는 냄새가 요란하게 났다. 살펴보니 한 빵집(?)에 벌써 10m 정도의 줄을 서서 빵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바게트를 찍어내듯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빵집이었다. 빵값이 싸서 그랬는지 소매업자 같은 사람들은 20~30개씩 비닐봉지에 담아 가기도 했다.

맛집이구나!!! 결론이 나자 무섭게 달려가 줄을 섰다. 빵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은 친구들과의 수다에 여념이 없었다. 대형 상점과 젊음이 내뿜는 열기, 침샘을 자극하는 빵 향기가 식욕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줄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고만고만한 키의 베트남들 사이에서 내가 눈에 띄었나 보다. 붉은 완장을 차고 판매장의 질서를 관리하던 직원이 다가왔다. “헉 외국인한테는 안 파는 걸까?”라는 생각이 스쳐 갔다. 영어가 안 됐던 그는 손짓으로 앞을 가리키며 무엇인가 말했다. 뭔 말이지…… 내가 줄을 잘못 서고 있나.

베트남-배낭여행

현지인보다 특별한 여행자는 없다

그와의 대화의 오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을 즈음 줄을 서 있던 사람들과 지나가던 이들이 우리의 이상한 모습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때, 어디선가 구세주가 등장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베트남 후에 청년은 완장 찬 직원 말을 듣더니, “네가 빵을 사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맨 앞줄에 가서 기다리라”는 의미였다고 통역을 해줬다. 앞줄의 사람들도 앞을 가리켰다. 외국인을 위한 특별한 배려였던 셈이었다.

하지만 순간, 내 얼굴은 붉게 화끈거리며 순간 고민에 빠졌다. 의도치 않게 시작된 특별한 배려에 말이다. 직원 말대로 하면 바로 빵을 사서 다른 일을 볼 수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겠다면 배려를 해준 직원에게 미안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결정했다. 직원에게, 앞줄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재미난 에피소드 하나가 생겼다고 생각하며 다시 기다리는데, 노부부와 눈길이 마주쳤다. 마치 나와 눈을 마주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은 엄지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그리고 가벼운 눈인사까지 하는 게 아닌가…….

현지인보다 특별한 여행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