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나트랑이 아닌 ‘냐짱’, 힌두교가 아닌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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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최대 휴양지 냐짱

베트남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냐짱’이라는 도시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7km에 달하는 모래 해변에 근사한 레스토랑, 다양한 조건의 호텔, 여러 즐길 거리, 싼 물가 등 여행가 좋아할 것을 모든 갖춘 여행지가 냐짱이었다.

거리상으로는 호치민시티에서 가깝지만, 단기간 여행자는 교통 편의상 다낭을 통해 냐짱에 오는 경우가 많다. 다낭도 해변이 있지만, 베트남 내에서 해변을 끼고 있는 여행지는 냐짱이 당연 으뜸이었다.

태국의 여느 해변 관광지보다 왠지 좀 더 정돈된 느낌이랄까? 물빛이야 태국이 한 수이라고 치면, 그 외는 냐짱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밤이 돼도 겉으로 보이에는 특별히 아이들에게 해가 될 만한 밤 문화는 없다. 딱 가족과 함께 오면 좋은 여행지였다. 

여행지에서 숙소는 제일 우선시 되는 문제일 것이다. 냐짱은 해변 도로를 따라 호텔이며 게스트하우스가 즐비했다. 각자의 주머니 사정에 맞춰 찾으면 된다. 참고로 베트남 게스트하우스는 침대 상태(5불짜리 방에 라텍스가 웬말)나 방의 조건이 가성비 최고다. 태국 포함 인도차이나 내에서.

우선 ‘냐짱’이란 도시의 이름부터 확실히 하고 넘어가자. 아마 일부 무식한 홈쇼핑 방송부터가 아닐까 생각이 들긴 하다. 홈쇼핑으로 냐짱 상품을 팔기 전까지는 냐짱이 그리 핫한 여행지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베트남-냐짱

냐짱은 나트랑이 아니다

현대 베트남어로의 정확한 발음은 냐짱이다. 베트남 누구도 냐짱을 나트랑이라고 하지 않는다. 1940년대 침략자 일본군이 주둔하면서 일본식 발음(일본식 발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언어 구조상 못하는 발음이 많을 뿐이다)으로 나트랑(일본어: ナトラン)이라고 불렸다. 냐쨩이랑 이름을 놔두고 어디서 나트랑이란 이름을 가져다 쓰는지 요즘은 허접한 가이드 책에도 나트랑이라 쓰인다. 베트남 사람이 부르는 냐짱이란 이름이 있는데, 왜 굳이 나트랑이라고 부르는지. 토착 왜구가 아닐까라는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지리적으로 왕래가 쉽고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도시는 때론 양날의 검처럼 아픈 역사를 지니는 경우가 많다. 냐짱 역시 역사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점령군 프랑스인들에게도 냐짱은 꽤 매력적인 도시였는지, 군인들을 위한 휴양지로 개발했다. 

이미 개발된 휴양지를 그대로 일본군이 군사적 용도로 사용했다. 여기에 끝나지 않고 미군은 냐짱을 군항으로 사용했다. 한국군은 한술 더 떠 야전사령부를 냐짱에 주둔시켰다. 다낭 항에 도착한 한국군은 야전사령부가 있는 냐짱으로 이동해서 각자의 부대로 배치됐다. 중년의 단체 여행팀에게 냐짱이 필수 지역인 이유다. 

부디 침략군의 모습으로 여행하지 마시길… 전쟁이 끝난 후 휴게 시설은 고스란히 베트남 고위 관료들이 사용할 수 있는 리조트로 변신했다. 도이머이 경제 개혁을 통해 외자 기업의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받은 곳이 냐짱이기도 하다. 침략자와 전쟁으로 개발된 냐짱이 지금은 낭만과 평화의 상징처럼 된 여행지로 탈바꿈 된 것을 보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냐짱의 근대사가 프랑스 식민지 시대부터 시작됐다면, 고대 도시의 시작은 참파 왕국에서부터였다. 192년부터 1832년 비엣족의 베트남에게 점령되기까지 참파 왕국은 중남부 지역의 패권자였다. 중개 무역으로 세를 넓혀가던 참파 왕국은 8세기 전후 냐짱을 왕조의 수도로 삼았다.

베트남-배낭여행

참파 왕국의 역사가 남아 있는 도시

참파 왕국 유물이 안남 산맥을 넘어 라오스나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서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참파 왕국의 지배 권역이 어디까지였는지 짐작케 한다. 실제로 메콩 강을 따라 똔레삽 호수까지 진격해가 자야바르만 7세가 있던 앙코르 제국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 1117년 참파는 앙코르를 공격해 4년 동안 앙코르를 지배하기도 했다.

참파 왕국이 번성할 시기 세워진 사원이 냐짱의 상징인 ‘뽀나가 참 사원(Po Nagar Cham)’이다. 냐짱 시내에서 다리를 건너가면 만나게 되는 뽀나가 참 사원은 7-12세기 힌두교 사원이다. 단체 여행객들이라면 일정에 나와 있지 않아 힘들겠지만, 개인 여행자라면 꼭 다리 건너기 전에 사원을 감상해 보시길!!!! 

베트남에 현존하는 참파 유적 중 가장 오래되고 잘 보존된 건축물이다. 붉은 벽돌에 피라미드형 지붕과 아치형 내부를 하고 있는 뽀나가 탑은 전형적인 참파 왕국의 건축 양식이다.

뽀나가란 팔이 10개인 참족의 여신 이름. 때문에 사원 안에는 남성이 아닌 ‘뽀나가’란 여신상이 모셔져 있다. 약탈과 파괴로 4개 탑만 남아 있으나, 북쪽 탑에는 4개의 팔을 가진 시바신의 춤추는 모습을 새긴 부조가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다. 

힌두교를 기반 했던 왕조가 무너지고 그 힌두 사원만 남았지만, 사원만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힘들었나 보다. 지금은 불교 사원으로 이용되고 있다.